
카카오톡 사진 한 장으로 수리오더 등록하기
생성형 AI를 최소한으로 쓴 현업 자동화 사례
요즘 어느 회사든 생성형 AI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성과를 냈다는 사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업무를 뜯어 보면 AI 없이 정리와 대조만으로 풀리는 일이 많은데, 그 일까지 AI에 맡기다 보니 비용은 늘고 데이터는 밖으로 나간다. 이 글은 자동차 회사의 출고 전 점검 업무에서 만든 자동화를 정리한 것이다. 보안상 회사와 시스템 이름, 내부 수치는 밝히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정보를 두 번 다뤘다
출고 전 점검 현장에서 결함이 나오면 기술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단체 대화방에 올리고 한두 줄 메모를 붙인다. 여기까지는 빠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담당자가 대화방을 다시 훑어 사진 속 차대번호 17자리를 옮겨 적고, 메모를 수리오더(RO) 문장으로 정리하고, 사진을 전산에 다시 올렸다. 차대번호 한 글자만 잘못 옮겨도 결함 기록이 엉뚱한 차에 붙었고, 바쁜 날일수록 등록은 밀렸다.
메신저를 바꾸지 않은 이유
이 직무는 업무 연락의 거의 전부가 카카오톡으로 오간다. 현장 기술자와 사무실, 본사 직원이 같은 대화방에 있고, 결함 사진도 부품 요청도 그 안에서 시작해 그 안에서 끝난다. 자동화만 생각하면 텔레그램처럼 봇 연동이 공식적으로 열려 있는 메신저가 훨씬 편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쓰는 사람이 적고, 업무용으로 쓰자고 하면 거부감부터 생긴다. 도구를 바꾸자고 하는 순간 현장은 따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메신저는 그대로 두고, 공식 연동 수단이 없는 카카오톡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넘는 쪽을 택했다.
먼저 물은 것은 어디까지 AI 없이 되는가였다
일을 잘게 나눠 보니 대부분은 판단이 아니라 대조였다. 차대번호는 새로 알아낼 값이 아니라 전산에 이미 있는 값과 맞춰 보면 되는 값이었다. 여러 장의 사진 중 차대번호 라벨이 찍힌 사진을 고르는 일은 현장 사진으로 직접 학습시킨 작은 분류 모델로 충분했고, 라벨의 글자는 사내 장비에서 도는 문자 인식으로 읽을 수 있었다.
생성형 AI가 남은 자리는 두 곳뿐이다. 기술자의 짧은 메모를 정해진 RO 문장 형식으로 다듬는 일, 그리고 문자 인식이 끝내 차대번호를 읽지 못했을 때 라벨 사진 최대 두 장을 보여 주고 판독을 받는 일이다. 그마저도 AI가 읽은 값을 그대로 믿지 않고 전산에 있는 차량인지 다시 확인한다.
현장이 바꾼 것은 댓글 한 줄
기술자는 하던 대로 사진과 메모를 올린다. 담당자는 그 사진에 댓글로 /RO등록 명령과 작업 분류 한 단어만 남긴다. 그러면 사내 장비가 같은 사람이 연달아 올린 사진과 메모를 한 묶음으로 모으고, 차대번호 라벨 사진을 골라 글자를 읽는다. 끝 여섯 자리로 전산을 한 번 조회해 차량이 한 대면 바로 확정하고, 여러 대면 나머지 자리를 비교해 고른다. 확정되면 RO를 만들고 사진을 첨부한 뒤 결과를 대화방에 답한다. 담당자가 전산 화면을 열 일이 없다.
새 프로그램 설치도, 사용법 교육도 없었다. 현장의 습관은 그대로 두고 그 습관이 남기는 기록을 입력으로 삼은 것이 정착에 가장 크게 작용했다.
모르면 등록하지 않는다
처음 설계는 친절했다. 문자 인식과 AI 판독이 일치하면 등록하고, 애매하면 사람에게 확인을 묻고, 비슷한 번호도 후보로 찾아 주었다. 운영해 보니 그 친절함이 오류의 통로였다. 전산 응답이 잠깐 끊긴 것을 이력 없는 신차로 해석해 확인 대기로 넘어간 일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문자 인식 결과가 정확했다. 쌓여 있는 실제 이력으로 근사 매칭을 시험해 보니, 전산에 아직 없는 신차의 다섯 대 중 한 대꼴로 번호가 비슷한 다른 차에 잘못 붙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로 줄였다. 등록 대상 차량은 반드시 전산에 있으므로 전산에서 확인된 차대번호만 등록한다. 등록 직전에 한 번 더 확인하고, 전산이 불안정하면 오래 붙잡지 않고 잠시 후 다시 해 달라고 답한다. 끝내 정하지 못하면 후보 차량과 함께 17자리를 직접 입력해 달라고 안내한다. 잘못 등록된 한 건을 바로잡는 비용이 등록하지 못한 한 건보다 훨씬 크다는 판단이었다.
같은 바탕으로 넓힌 기능
현장에서는 부품 주문이 필요한 사진에 약속된 반응 이모티콘을 눌러 표시해 왔다. 이 습관도 그대로 데이터가 됐다. 명령 한 줄이면 해당 날짜에 그 표시가 달린 메시지만 골라 차대번호와 차종을 붙인 목록으로 돌려준다. 완료 표시가 함께 달린 건은 이미 처리된 것이라 빠진다. 첫 실사용에서 다섯 건 중 네 건의 차량을 전산 기준으로 확정했고, 나머지 한 건은 사진 없이 글만 있던 메시지였다.
협력업체가 참고할 기능도 만들어 두었다. 악세서리를 장착하기 전에 차대번호만 넣으면 사내 전산에 등록된 그 차의 악세서리 접수 상태와 재고를 보여 준다. 주문 내역과 손에 든 부품이 맞는지 장착 전에 교차 확인하는 용도다.
비용과 보안
사진 대부분은 사내 장비 안에서 분류되고 읽힌다. 외부 AI로 나가는 것은 결함 메모 텍스트와, 문자 인식이 실패했을 때의 라벨 사진 두 장 이내뿐이다. 전산 데이터와 차량 목록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모든 사진을 AI에 보내는 구조였다면 건마다 비용이 붙고 차량 사진이 외부에 쌓였을 것이다.
운영하면서 다듬은 것
실패는 한 건씩 끝까지 원인을 따라갔다. 어느 아침 등록이 연달아 실패했을 때 안내 문구는 전산에서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실제 원인은 전날 올린 사진에 댓글을 단 것이었고 전산 조회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구가 원인을 가리고 있었던 셈이라, 이후로는 사진을 못 가져왔는지, 글자를 못 읽었는지, 전산이 응답하지 않았는지를 있는 그대로 알리게 바꿨다. 속도도 감이 아니라 측정으로 줄였다. 사진 축소는 2초에서 0.8초로, 사진 분류는 1.4초에서 0.5초로 줄었고, 오래 쉰 뒤 첫 처리가 느려지는 현상은 주기적인 예열로 막았다.
마치며
업무를 쪼개 보면 상당 부분은 정해진 기준과의 대조, 반복되는 패턴의 인식으로 해결된다. 그 부분을 규칙과 사내 데이터로 먼저 처리하면 AI가 맡을 일은 작아지고, 작아진 만큼 결과를 검증하기 쉬워진다. 이번 사례에서 성과를 만든 것은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기준이 되는 데이터를 정하고, 그 기준을 벗어난 결과는 내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이었다.
참고: 카카오톡 연동 과정에서 넘은 기술적 한계는 레거시 AutoHotkey V1 라이브러리로 정리해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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